[책]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저, 솔 Book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저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 이야기꾼인 고 오주석씨의 강의 내용을 글로 옮겨 놓은 아주 유명한 책. 오주석씨는 단원 김홍도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고 책을 내기도 하기로 했던 인물인데, 그의 강의록인 이 책에서도 절반 정도는 단원의 그림에 담긴 재미있는 점들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강의 내용을 글로 옮겨 놓은 만큼 초보자가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구수하게 입담을 전개해 간다. 이 책의 재미있는 컬러로 된 도록과 함께 우리가 그냥 지나쳤을 그림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인데, 보통은 우리가 전통 미술을 보며 그냥 간과해 버렸을, 하지만 분명히 그림에서는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해준다. 간간히 청중을 대상으로 할 만한 대중적인 그러나 품위 있는 농담들을 던지면서 우리 조선 시대 그림들의 품격을 상기시켜주며 <TV 진품명품>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냥 '돈'으로만 환산되고 말았을 회화들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반갑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배움을 얻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일단 첫째 이야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면....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서 본 것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본 것 (서양 미술과는 반대의 독법)
 그리고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본 것 (본문 p. 77)

위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하다. 이 책에는 컬러로 된 우리의 그림들이 도판으로 생생하게 표현되고 또 필요한 부분 부분들이 클로즈 업되어 있어 마치 강의자가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듯 해 강의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으며 그 속에서 당대 조선인들의 삶의 모습들까지 담아내려 했던 위대한 한국 미술의 모습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의 특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동의할 부분이 많은데.. 가령 조선 시대 회화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대목을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기준으로 벌써 1500년 전부터 전해 오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기운생동 氣韻生動입니다. 그림의 '기氣가 잘 조화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말인데, 어떻습니까? 이 민화와 앞서 본 김은호 화백의 작품을 비교해 보십시오. 김은호의 그림은 이 민화에 절대 미치지 못합니다.! 기운이 약하지요. (본문 p.130)

 이런 식으로 실제 도판 그림들을 비교해 보며 설득력 있는 논지들을 전개해 나간다. 물론 이 글을 읽는 필자의 역량이 저자에 비해 한 없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만을 논하는 것만은 아니어서 저자가 사랑하기 짝이 없는 김홍도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아주 잘 알려진 <씨름>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의는 인정하면서도 단원 최고의 걸작이 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또 글의 후반부에 나오는 극사실 초상화에 대해서도 얼굴의 생생한 표현력은 뛰어나지만 손의 표현에 있어서는 서구 예술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하기에 저자가 단순히 국수적인 문화 예찬론자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저자는 '터럭 한 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라는 조선의 엄정한 회화 정신의 소산인 초상화를 통해 검버섯이나 부종같은 환부까지 정확히 담아내면서 인간 내면의 '진실한 모습''을 담아내려 했던 조선 사회의 엄격함과 탁월성을 읽어낸다. 
 
 부분 부분 어쨌든 봉건 신분 사회였던 조선의 좋은 면만을 읽어내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사실 우리가 너무 폄하하거나 무시했던 분야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 동의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하긴 무려 500년이 넘는 기간 존재했던 왕국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 책의 저자가 그림을 통해 조선 사회의 문치적인 엄격성과 (봉건 왕조라는 한계 안에서) 민본주의적 통치에 가까이 가려 했던 조선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흥미롭다.

물론 그림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더 많은 책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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