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오창익 저
삼인
올해 초에 연속적으로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은 마치 한국이 '범죄의 나라'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사실 주변의 여성들만 봐도 우리나라는 늘 조심해야 할 나라처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 한국은 '범죄의 나라'일까 ?
이 책의 저자인 인권운동가 오창익에 의하면 이런 생각은 좀 과장된 부분이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살인 사건이 2.7배나 많이 발생하고, 영국은 강도 사건이 12.6배나 많이 발생한다. 영국은 한국보다 강간 사건이 4.3배나 많지만, 실제로 한국의 통계에는 추행 등 각종 성 관련 범죄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훨씬 더 크다. 영국은 한국보다 38.4배나 많은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상해 범죄의 경우 독일은 9.1배나 많다. 방화는 영국이 30.3배, 절도는 11.8배나 많다. 얼핏보면 오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격차다.
이러한 통계를 보건대, 분명히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다. (본문 p.103)
물론 이러한 통계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범죄에 대한 과장'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권 부재'의 현장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과연 보편적인가를 묻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책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비상식적인 부분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에는 찜질방이야기처럼 가볍고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실상 이 책이 제기하는 '대한민국'의 일상들은 개인의 인권이 일상적으로 무너지는 현장들이다.
그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결국 '있는 자'와 '없는 자'와의 선연한 차별들이다.
한 쪽에는 수백명을 초대해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왕국의 재벌이 있고 조폭을 연상시키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각종 사법적 혜택을 보는 또 다른 재벌이 있으며 달랑 29만원을 가진 전직 대통령이 가진 돈도 없으면서 골프를 치러다니지만 한국의 평범한 갑군을양들은 인권 부재와 인간 경시의 세계를 살아가야하는 곳 역시 또한 우리의 사랑스런 한국이다.
이 책에 진가가 발견되는 것은 우리가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들에 가려진 어떤 폭력들이 발견될 때다.
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종사원들은 새벽 늦게도 친절할까 ?
그 답이 여기에 있다.
... 고속도로관리공단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아웃소싱으로 구한 다음 불시에 암행 감찰을 벌인단다. 그래서 불친절한 직원이 있으면 하청 업체에 당장 해고할 것을 요구한단다.
그러니 톨게이트 계산원 노동자들(주로 여성 주부들)은 어쩔 수 없이 언제나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졸려도,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곧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친절 또 친절해야 한단다. 어쩌다 한 번의 불친절이 해고 사유가 된다는 위협 앞에서 친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해고 협박으로 강요된 친절, 살아남기 위해 친절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웃음을 지켜보면, 도대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싶다. (본문 p.178~179)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그냥 지나쳐버릴 인간의 삶 위에 세워진 폭력적인 강압의 모습들을 이야기할 때 진가가 발견된다. 대학 사회의 비정규직 교수들과 조교의 삶, 관혼상제 때마다 주고 받는 돈봉투의 의미, 바코드를 서서 찍을 수 밖에 없는 마트 계산원 노동자들의 슬픈 현실, 고속도로의 상인들 등 우리의 이웃들을 호령하는 권위주의와 '반인권'의 모습들이 이 책에서 주목해야할 부분들이다.
이 책의 구성은 부분 부분 주제별로 쓰여 있어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어려운 이론이나 논리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깊은 고민 없이도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지닌 무게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가 알고도 그냥 지나친 또는 잘 모르고 있었던 '반인권'의 모습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자꾸 발견하기 때문이다.
덧글
대학생 인권학교에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박 3일(7월 11일 ~ 7월 13일) 동안 인권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프로그램은 ‘인권을 생각한다’, ‘몸을 생각한다’, ‘역사를 생각한다’, ‘노동을 생각한다’ 등을 주제로 다양하게 구성했습니다. 최고의 강사들이 함께합니다.
- 신청 : 인권연대 홈페이지 (www.hrights.or.kr)
-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02-749-9004)
- 프로그램-
노동을 생각한다 - 하종강(노동의 꿈 대표)
몸을 생각한다- 조광제(철학 아카데미 대표)
역사를 생각한다- 오인영(고려대 교수)
인권을 생각한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한다-홍세화(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대표)
상세한 정보는 제 블로그에 있으니 와서 보시고 이 진실을 퍼트려 주십시오. 우리를 위하는 길이기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