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의 풍경
김두식 저
교양인
사법고시에 합격해 잠시 군무관 생활과 검사 경력을 지니고 현재는 법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헌법적인 논리를 통해 해부하는 한국 사법부와 관행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는 헌법의 권리가 사법부에 의해 어떻게 농락당하고 있는가를 다룬다.
매우 온건하고 인간적인 문체와 달리 사법부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메스를 가하는데 '법'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서는 매우 잘 읽힌다는 점에서 느껴지듯 대중들을 대상으로 차근 차근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저자의 태도가 호감을 준다.
그는 한국의 '법'에서 배제된 '시민'의 모습을 고찰해나가는데, 저자가 '폭로'해 나가는 한국의 '법' 현실은 확실히 매우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학자들대로 고고한 자신들만의 성에서 혼잣말만 하며 살고, 법조인들은 법조인들대로 자기 특권 속에 안주하며 청지기의 소명을 저버리는 가운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은 길바닥에 버려져 뒹굴게 된 것이 우리 현실이다. (p.34)
저자는 현재의 사법 체계의 권력자 즉 판사나 검사들의 판단들이 매우 엄정할 것이라는 상식과는 달리 상당히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런 경우 의외로 논리보다는 직관에 의존하게 됩니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뿐만 아니라 일반 법원의 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 기록을 모두 읽고 나면 직관적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 판단이 서게 되는데 여기에는 법리보다는 오히려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만영됩니다. 논리는 그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린 후, 나중에 자신의 결론에 합당한 논리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모든 판결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쟁이 격화되어 있을수록 판결의 방향은 이런 식으로 잡히기 쉽습니다. (p.46)
이렇듯 법조계에서 흔히 말해지는 '리걸 마인드'라는 것은 다분히 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구조적으로 한정된 자원 한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나라의 법 집행은 최근의 '정몽구 사건'이나 '이건희 사건' 등에서 보듯 있는 자와 권력자에게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것은 결국 홍세화가 말한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돌고 도는 엘리트들의 봐주기 관행의 거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이 될 수 있는데, 저자 자체가 겪었던 국내 유일의 사법부 인력 양성소인 '사법연수원'의 풍경이나 어이없는 군무관 훈련 과정 등에서 '특권'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사법 엘리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결과 그동안 누구보다도 엄정해야 하며 시민의 입장에 서야할 사법부는 '국가란 이름의 괴물'에게 복종되어 있는 기관이 되었으며 그건 이제 막 '괴물'에서 부터 벗어나려는 현재(이명박 정권 후에는 어떻게 될런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에도 여전히 떳떳하게, 오히려 세상에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어용'법률가들이 판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결국 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강조하는 헌법의 정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이라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들은 대개 헌법의 정신을 ' 인정한다. 그러나'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배제의 정신'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포용의 정신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으로 헌법을 이해한다며 여러 사례를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결국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정은 해야한다'라는 관용의 정신 또는 똘레랑스의 정신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후반부에서 '차별'의 작동 원리를 방어할 수 있는 헌법의 정신과 그에 대한 사례를 들며 '인간'보다는 '권력'의 편에서 헌법의 정신을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법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 책은 딱딱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을 잘 포착하고 있다. 특히 오용되거나 남용되고 있는 법체계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흔히 우리와 '괴리'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우리들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법에 대한 사유를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해준다.
우리의 '헌법' 정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을 만한 법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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