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 클라우스 베르너 저
손주희 역, 이상호 감수
프로메테우스출판사
추리 소설가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콘스탄트 가드너>는 제약 회사의 생체 실험으로 인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냉철하게 그려낸 영화다. 그 영화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부인은 결국 킬러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독일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한스 바이스와 클라우스 베르너의 책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는 말하자면 현실의 <콘스탄트 가드너>같은 책이다.
이 책에는 대략 유추는 했지만 확실히는 몰랐던 거대 독점 기업(콘체른)들의 잔혹한 이윤 구조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같은 것은 없다.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목소리로 기업들이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건조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박찬욱의 영화 <올드 보이>의 대사를 빌어 말하자면 '악행의 보고서 : 기업 편'이라고 할까 ?
이 책의 본문 300여쪽 그리고 부록 격인 유명 기업들의 악행들의 내용을 보다 보면 내 삶 자체가 결국 누군가의 착취 위에 서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린 거대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제 3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16시간 노동, 생계비 저하의 수입, 아동 노동 심지어는 전쟁 자금 지원 등 구미 산업 혁명 초기의 폭력적인 인권 부재의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이 나열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유니레버, 코카 콜라, 맥도날드, 디즈니, 미츠비시, P&G, 지멘스 등등등..
그리고 우리의 주목을 끄는 콘체른 삼성
그 아래에서 스스로의 이윤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
이 책의 목소리는 건조하지만 결코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콘스탄트 가드너>에 나오는 비극적인 현실과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보다 현실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전자 업체들은 휴대폰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인 '탄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학살하는 독재 정권과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의약품 회사들은 동유럽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삼거나 희생시키는 것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석유회사들은 누수되는 송유관을 관리하는 대신 그대로 방치해 주변 환경 파괴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식료품 회사들은 노예와 다름 없는 아동 노동을 그냥 지켜보고 있고 유독성 농약을 사람이 있건 말건 뿌려댄다. 의류 업체들과 완구 업체들은 소위 스웨트 샵이라고 불리우는 우리의 70년대 평화 시장을 연상시키는 공장보다도 못한 시설에서 아이들이 처참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방치한다. 그리고 그 더러운 손들을 마케팅이라는 화장법으로 자신들을 치장하는데 애 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기업>은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의 삶은 과연 그런 세계적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우리들이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여쪽이 넘는 기업들의 악행 목록에는 각 기업들의 모토와 실제 악행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나온다.
비록 이런 행동들이 당장의 비극을 없애기는 어려울지라도 조금은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굳게 믿는다.
적어도 우리의 삶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독할만한 책이다.
책을 보고 나면 내가 저렴한 값에 먹고 있는 초콜렛 뒤에 있는 비극들을 발견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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