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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그 텅비어진 혼란의 조율자, 두기봉 DVD 마이너리그(네오이마주)



* 네오이마주 '두기봉 세미나' 발제문 및 토론 요약

1. 두기봉은 과연 액션 마에스트로인가 ?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두기봉에 대해 거론하는 데 있어 비견될만한 인물로 하워드 혹스를 거론한다. 그는 현재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두기봉의 한 면 즉 ‘액션 마에스트로’로서의 측면 뿐 아니라 그가 연출한 다른 장르의 영화들 즉 멜러 드라마나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두기봉은 늘 우리 곁에 있어서 잊어버린 존재와 같은 인물이다. 그의 영화 데뷔작은 1979년에 나왔고 그의 초기작들은 당시의 홍콩 영화 붐을 타고 상당히 많이 수입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초기작들에서 확실히 뚜렷한 작가적 시선을 느끼기는 어렵다. 홍콩 내에서 그의 흥행작들은 주윤발 주연의 <팔성보희>나 <칠년지양> 등의 요란한 광동 코미디와 로맨틱 무드가 결합된 영화들이었고 국내에서 비교적 주목 받았던 영화는 멜러드라마인 <우견 아랑>과 서극이 제작한 액션물인 <대행동>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imdb.com에서 검색한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연출작이 50편,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가 52편이 나오면 이러한 숫자는 국내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그가 평단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 영화들은 시기적으로 최근에 위치한다. 프랑스의 영화 잡지 ‘포지티프’는 2001년 9월호 표지를 두기봉의 영화인 <미션, 1999>으로 올려놓으면서 “오우삼 이후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되던 홍콩 누아르 장르에 전혀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고 격찬했고 이를 기점으로 두기봉의 영화들은 평단의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되며, 그 이후에 이른바 두기봉의 걸작들이 쏟아지게 된다. 두기봉의 중요한 멜러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턴 레프트, 턴 라이트, 2003>, 4년 동안 틈틈이 만들어 공개한 , 초반부 10분 여의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로 유명한 <대사건, 2004>, 현재까지 그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흑사회, 2005>와 <흑사회2, 2006> 연작, 그리고 21세기에 유일하게 극장 개봉한 두기봉의 액션 영화인 <익사일, 2006>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체로 두기봉의 영화들은 1997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는데, 그는 1997년에 만든 <화급>을 마지막으로 그 자신의 영화사인 ‘밀키웨이 이미지’를 창립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기봉과 함께 그의 각본가들인 위가휘, 유내해 등과 조감독인 유달지, 양백견 등이 참여하며 시작된 이 영화사는 현재까지도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왕성한 영화 제작사라고 할 수 있는데, 밀키웨이에 대해 데이비드 보드웰은 “두기봉의 지휘 아래, 모든 면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홍콩영화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두기봉 역시 스티븐 테오의 저서 <디렉터 인 액션>의 말미에 담긴 인터뷰에서 이 영화사의 창립한 이유를 “당연히 창조적인 목표를 위해서다. 내가 감독하고 나만의 독창적인 의도를 담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프로덕션 회사를 차렸다. 영화사를 차리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첫째는 우리만의 밀키웨이 스타일을 담은 영화를 만들자였고, 둘째는 오락적이든 아니든 양질의 작품을 만들자였다. 때때로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 때에도 우리는 이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는 <화급>은 두기봉의 최근 액션 영화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에 대해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2. 두기봉 영화의 분류의 문제점

일단 두기봉 영화들을 분류하는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는 (스튜디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고전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속한 감독들과 유사하게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하워드 혹스처럼 멜러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액션 장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발표한 바 있으며, 그런 경향은 데뷔 초기의 스튜디오의 의뢰를 받아 영화를 만들던 시절 뿐 아니라 자신의 영화 제작사를 지휘하고 있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의 연출작들의 첫 번째 분류법은 그의 단독 연출작인가 공동연출작인가 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난점은 실제 연출 여부인데, 그의 인터뷰에서 보듯 두기봉은 실제로 그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은 영화들 즉 유달지 연출로 표기되어 있는 <암화, 1998>와 <비상돌연, 1998>의 실제 연출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진목승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천장지구, 1990>의 연출자 역시 실제로는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다양한 필모그래피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위가휘’라는 존재다. 밀키웨이 이미지의 주요 각본가로 활동하였고 실제로 홍콩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밀키웨이 이미지의 영화들은 위가휘의 이름이 늘 거론되고는 한다. 유덕화와 정수문이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연작인 <니딩 유>와 <러브 온 다이어트>가 그러하고, 2003년에 두기봉의 단독 연출작인 와 더불어 홍콩 영화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대척료> 역시 위가휘가 공동 연출자이다. 또 베니스 영화제에 초대 받은 <매드 디텍티브> 역시 그러하다. 위가휘와의 공동 연출작은 특히 두기봉의 단독 연출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아무래도 각본가인 위가휘의 이야기 구성법이 더욱 강조되는데, 특히 <대척료>와 <매드 디텍티브>같은 경우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캐릭터의 유사성 외에도 마치 사이코 드라마같이 내면의 심리를 중시여기며 반전이 거듭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비하면 두기봉의 단독 연출작인 <익사일>, <흑사회> 시리즈는 이야기 자체는 단선적이며 개인 보다는 집단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3. <흑사회> 연작의 정치성

흔히 두기봉 최고의 영화라고 손꼽히는 <흑사회> 2부작은 앞에서 거론한 무간도 3부작과 비견되고는 하는데, <무간도> 3부작이 홍콩 느와르의 장르적 토대를 좀 더 촘촘한 심리 서스펜스 드라마에서 출발해 ‘폭력’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2부를 거쳐 완전히 싸이코 드라마로 변화하는 수순을 거치고 있다면 <흑사회> 2부작은 전통과 현실이 충돌을 빚고 있는 1부에서 ‘새로운 삼합회’ 세대를 다루면서 정치 지형이 변한 현실의 ‘홍콩 차이나’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2부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스티븐 테오는 “삼합회가 그들의 지도자를 선출하려는 바로 그 사실은 보편적 투표권을 통해 지도자를 선출할 수 없는 홍콩의 처지에 대한 언급”이라고 지적하면서, <흑사회> 연작이 지닌 정치적 은유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 영화에 대해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이 영화들을 조금 무리한 논리로까지 확장시킨다는 것을 전제 하에 ‘자본주의가 유교적인 사회에서 수용되는 방식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두기봉의 <흑사회> 연작은 전통적인 ‘홍콩 느와르’로 치환시키기 어려운 영화다. 오히려 후카사쿠 킨지의 <의리없는 무덤>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사실적인 이 연작들에는 정작 ‘총’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총’이 등장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더욱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느껴지는데, 특히 <흑사회 2>에 등장하는 지미(고천락)의 살해 시퀀스는 두기봉 영화들 중에서 유래 없이 잔혹한 느낌을 준다.
1편은 2년 만에 선출되는 삼합회 보스 자리를 두고 록(임달화)과 빅D(양가휘)의 암투를 축으로 삼합회 내부의 상황들을 그려낸다. 삼합회 조직 전체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과정을 복잡하게 그려낸다. 일단 이 연작들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을 조율해 내고 개성을 부여하는 두기봉의 연출력 자체도 놀랍지만, 어딘가 고공에서 촬영된 롱 쇼트 특히 양가휘를 포착해내는 장면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1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삼합회의 전통적 의식과 그 붕괴 과정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전통을 존중하는 듯한 록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빅D에게 승리를 거두고 모든 갈등을 수습한 채 삼합회 보스 자리에 선출되는듯하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들과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을 통해 삼합회 또는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폭력적으로 묘사한다. 두기봉은 이 DVD의 서플먼트에 밝힌 연출 의도에서 ‘우리는 개인의 야망과 탐욕이 지배해감에 따라 전통과 규율이 해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대 의식과 피의 서약은 이제 더 이상 상징적 형식 이상의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라며 이 영화가 지닌 홍콩인들의 내면 의식을 설명한다. 두기봉은 ‘1997년 이후 홍콩은 100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중국 통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것은 홍콩 시민과 해외의 관찰자 모두에게 불안, 기대, 유보의 뒤섞인 감정을 갖게 했다. 이 섬의 시민에게 홍콩인이라는 것은 중국인이라는 것과 절대 유의어가 아니다. 지난 세기 동안의 정치적 격변은 이 두 개념 간의 절대적 상이함을 초래했다’라고 말한다.

홍콩과 달리 검열이 강한 중국 상영을 의식해서 더욱 잔혹하게 연출했다는 <흑사회 2>는 한층 더 복잡다단한 양상을 선보인다. 특히 이 영화는 영화 후반부에서 삼합회에게조차 정부의 지침을 따를 것을 강조하는 중국 공안청 부국장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유명한데, 이는 정치적 의결권을 지니지 못한 홍콩인들이 중국이라는 ‘괴물’에게 갖는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말할만 하다. 1편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록의 ‘동생’들이 된 새로운 세대의 ‘선거’를 둔 쟁투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서는 연임을 시도하는 록과 지미와의 대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이들의 대결은 사실 어떤 야망보다는 ‘생존에 대한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불법 복제 사업으로 성공한 사업가의 대열에 진입한 지미는 유력한 보스 후보에 오르지만, 스스로 ‘아들은 의사를, 딸은 변호사를’ 시키고 싶어하는 조직으로부터의 탈출 욕망이 가장 큰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이 이야기를 내뱉는 가파른 언덕은 그에게 닥칠 불길한 운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불길함은 영화의 막바지에서 앞서 말한 중국 공안청 부국장을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현실화되고, 그는 결국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운명을 받아들여야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왠지모를 불안감 즉 마치 캐릭터들이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듯한’ 그 느낌은 이 마지막 장면에서 증명이 된다. 그건 홍성남의 말처럼 갱스터들이 ‘아무리 폭력을 휘두르며 날뛰어봤자 돔더 잔악하고 타락한 시스템 안에 기생하고 포섭된 존재일 뿐’인 것이며 <흑사회2>는 스티븐 테오의 말처럼 “1997년 이후 시기의 홍콩에서 만들어진 가장 직접적인 정치적 영화”가 된 것이다.

4. 두기봉, 액션 스타일리스트 ?

평자들은 두기봉의 <익사일>에 대해서 ‘그는 최소한의 심리적 개연성만 유지한 채, 상황의 개연성은 벗어던진다. 공간들도 모두 추상화되어 있다.’라거나 ‘스타는 있고 캐릭터는 없다. 스타일은 있고 플롯은 없다. 카메라는 있고 시나리오는 없다. 동사는 있고 접속사는 없다.’ 또는 ‘오로지 스타일만으로 만든 <익사일>은 넋이 나갈 정도로 매혹적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극단에 도달하는 순간의 어떤 경지 같은 것이 이 영화에 있다.’라고 말한다.

이런 지적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건 두기봉의 많은 영화 중 <익사일> 그리고 <미션>으로 국한시킬 경우다. 연작으로 보이는 이 두 편의 영화는 마치 ‘홍콩 느와르 스타일의 집대성’처럼 보일 정도로 탁월한 액션 시퀀스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두기봉이 선보이는 영화의 외형적 요소 즉 ‘액션 스타일의 미학’에 대한 관심으로만 그의 영화들을 평가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가령 <미션>과 <익사일>은 이상하게도 연작이라는 생각을 갖을 수 밖에 없는데,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미션>에서 만났던 삼합회의 보디가드들이 마카오로 빼냈던 옛 동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카오에서 일을 벌이는 내용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결론은 ‘공멸’이다.

두기봉의 등장인물들은 분명히 자신의 직업의 토대 즉 삼합회 조직원이나 경찰이라는 프로페셔널한 윤리의 토대 위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당초 그들이 의도한 바가 어긋나면서 발생한다. <미션>에서 엉뚱하게 보스의 아내와 젊은 조직원이 사랑에 빠지거나 <익사일>에서 살아남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일을 해결하기로 했던 의도가 어긋나면서 영화의 액션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닥친 불행한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그 일들은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운명의 끝에 도달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다른 홍콩 영화들과 달리 그들의 희생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익사일>의 클라이막스 총격전을 벌일 때, 남자들이 먼저 죽은 동료의 가족들을 살려내는 것은 일종의 ‘책임감’이며, 사실은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위가휘와 찍은 두 편의 영화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한데 <대척료>와 <매드 디텍티브>에서 주인공들은 특별한 능력만큼이나 정신적인 상태 역시 모호하다. 사실 <매드 디텍티브>의 주인공 유청운은 확실히 ‘미친’ 상태이고 <대척료>의 주인공은 일종의 ‘해탈’ 상태에 도달한다.

이런 강박의 토대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다분히 초월적인 성향을 지닌다. 물론 두기봉은 동세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서의 기량을 선보인다. 확실히 캔을 날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익사일>은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는 ‘소년의 마음과 노인의 눈을 함께 갖춘 기타노 다케시적인 인물들이 세르지오 레오네적으로 긴장감 넘치게 상대와 대치하다가 샘 페킨파적인 모습으로 드라마틱하게 총격전을 벌이는 광경들’이라고 표현될만 하다. 이처럼 두기봉의 액션 영화들에서는 누구나 경탄할만한 액션 시퀀스들로 넘쳐난다.

5. 카오스의 연출가

일단 두기봉 영화의 탁월한 연출력이 눈에 보이는 부분은 그가 그룹과 그룹을 엮어내는데 매우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에는 영화의 제목이 지칭하는 특수 기동대인 PTU가 두 그룹이 등장하고 그 외에도 중안조, 또 임설이 연기하는 총을 잊어버린 경찰 거기에 삼합회도 두 그룹 정도가 등장한다. <대사건> 역시 경찰 그룹이 몇 개, 강도단이 또 두 개 정도 거기에 상황 사이에 끼어든 가족 또 미디어까지 등장한다. 심지어 <익사일>에도 황추생, 오진우, 임설, 장요량으로 구성된 파견 그룹(사실 이들도 입장이 서로 다르다)과 그들에게 명령한 임달화가 이끄는 삼합회 조직 또 임가동이 이끄는 마카오 조직과 장가휘와 그의 가족들 거기에 임현제만 살아남는 경비원 그룹, 거기에 구경꾼이라고 할 수 있는 허소웅과 마카오 경찰까지 다양한 그룹들이 등장한다.
두기봉의 영화에서는 이들이 벌이는 충돌과 마찰이 거듭되고 연출자는 능란하게 그것들을 조율해낸다. 사실 <흑사회>를 보다보면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불분명하게 느껴지는데 <흑사회>에서 임가동이 임설을 때리다가 보스들의 타협에 의해 동료가 되는 장면은 그런 혼란스러움이 극에 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분히 이들 조직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두기봉의 다른 지점이 있는데, 가령 <히트>에서 마이클 만이 강도단과 경찰을 대비적인 집단(이 영화에서 강도단은 ‘가족적’으로, 반면 경찰들은 ‘직업 집단’으로 묘사했다)으로 그려낸 것에 비해, 두기봉 영화의 집단들은 가족들을 제외하면 지극히 사무적이며,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묘한 그 연대감의 속성은 기존의 홍콩 느와르의 정서적 연대감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 영화 내에서 불분명한 실체들 때문에 쟁투를 벌이게 된다는 점 역시 특이하다. 에서는 임설이 잊어버리는 총 때문에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사실 이 총은 영화의 끝에서 굉장히 어이 없이 발견되게 된다. 또 <흑사회> 연작에서는 보스를 상징하는 ‘용지팡이’를 놓고 수많은 일들이 발생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 지팡이는 그저 상징 이상의 의미는 없을 뿐이다. <익사일>의 경우에는 장조휘와 그의 가족들이 그런 대상물이 된다. 심지어 영화 내내 네고시에이터 유청운과 지능범인 유덕화와 정이건이 게임을 벌이는 <암화>1,2편의 경우에는 ‘다이아몬드’와 ‘돈’이 영화의 플롯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결론에 이르면 그렇게 획득된 돈은 자선 단체로 넘어가버리게 된다. ‘맥거핀’이라고 부르기에는 플롯의 핵심적 테마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 전체로 보자면 큰 의미도 없는 이러한 물건들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그 ‘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대혼란’ 그 텅비어진 혼란의 조율자가 바로 두기봉인 것이다.

6. 세미나를 통해 남겨진 과제들

네오이마주의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두기봉’이라는 이름에 주목해 보았다. 다소 산만한 발제자의 진행과 달리 토론자들은 주목할 만한 지적들을 해주었다. 백건영은 두기봉의 최근작들에서 보이는 ‘액션 시퀀스’의 일관된 미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우리가 간과한 홍콩의 주목할 만한 감독들에 대한 탐구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사벨라>와 <엑소더스>로 탄탄하게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팽호청과 늘 양질의 영화를 만들어오면서도 큰 주목을 받지못했던 <문도>,<왕각흑야>의 이동승은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름들이다.
이어 김시광은 두기봉이 주목받는 부분은 그의 영화들 속의 ‘액션’이 일어나는 지점이 아니라 그 영화들이 은유하는 상당히 적확한 ‘정치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흑사회> 연작 뿐 아니라 <익사일>은 ‘홍콩인’으로 상징되는 주인공들이 ‘중국’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는 ‘거대한 힘’에 의해 파멸되는 ‘정치적 은유’가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순영은 두기봉이라는 감독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폭넓은 스펙트럼이란 것의 정체는 불명확하며 그의 영화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불투명해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또 참관자였던 정용은 두기봉과 위가휘의 멜러 영화 <좌로 가는 남자 우로 가는 여자>의 예를 들며 두기봉의 액션 장르 외의 영화들 속에서도 보여지는 ‘절망감’을 주목해보아야한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신태균은 두기봉의 초기 영화들 즉 <심사관2-제공> 등의 영화들이 현재의 두기봉의 역량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으며 <적각비협>같은 초기작들은 홍콩 상업 영화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장철 영화들의 전통을 가장 정확히 표현해 낸 영화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 외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하였으나 아쉽게도 이 글 안에 담지 못한 점을 양해 바란다.
위와 같은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가까이 있었음에도 간과하고 있었던 아시아의 작가 감독 ‘두기봉’이라는 인물의 진로를 주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방대한 필모그래피를 지닌 감독에 대한 세미나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부상하는 거장의 발자취를 쫓아보고 되새김질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미주>

1) 유운성의 이런 평가는 2008년 8월 3일에 있었던 필름 포럼에서의 강연에서 언급된 바 있다.

2) 주성철, <씨네 21> 663호 특집 ‘두기봉의 영화 세계’ p.81의 재인용

3) 주성철, <씨네 21> 663호 특집 ‘두기봉의 영화 세계’ p.82의 재인용

4) 스티븐 테오의 저서 <디렉터 인 액션>에서 두기봉은 자신의 연출 경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첫째로 나는 액션에 관한 주제를 고른다면 먼저 여러 그룹이나 많은 사람에 대한 것을 정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소방서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면, <십만화급>에서 그랬듯이, 우선 많은 등장인물이 있어야 한다. 만약 경찰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다면 당연히 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액션의 테마가 정해질 것이다.”

5) 스티븐 테오와의 인터뷰, “사실 양백견과 유달지와의 협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내 의견을 내세운 것 같다. 하지만 투자자를 염두에 두어야 했고, 내 방식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유달지는 회사를 나갔는데, 자기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달지는 <암화>와 <비상돌연>을 감독했다. <암화>의 경우 그에게 연출을 맡긴 것은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그는 내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내가 참여를 했다.”

6) 스티븐 테오와의 인터뷰, “<천약유정>(천장지구)이다. 내가 제작을 했고, 사실 대부분 연출도 했다. 임영동과 왕정은 그들의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 제작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진목승이 영화의 절반 정도를 감독했는데, 그도 내 조감독 출신이다. 결국 내가 연출까지 맡아야 했다. 그래도 진목승도 현장을 지켰다. 당시 나는 진목승이 연출을 하기에는 너무 미숙하다고 느꼈고, 그 작품 후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7) 주성철, <씨네 21> 663호 특집 ‘두기봉의 영화 세계’ p.81의 재인용

8) 주성철, <필름 2.0> 329호(2007/04/10), 기획2 ‘두기봉과 유위강으로 읽는 홍콩영화의 현재’ p.42의 재인용

9) 홍성남, <씨네21> 663호, ‘액션 마스터 두기봉 특별전’ 상영작 리뷰 <흑사회 2>, p.84

10) 홍성남, <씨네21> 663호, ‘액션 마스터 두기봉 특별전’ 상영작 리뷰 <흑사회 2>, p.84의 재인용

11) 허문영, <씨네21>

12) 이동진, <씨네21>

13) 이상용, <필름2.0>

14) 이동진,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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