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서
정신병원 또는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
르 클레지오 저, 김윤진 역
민음사
읽기가 그리 수월치 않았던 소설.
독서토론회에서 이 책을 하기에 읽었는데, 르 클레지오의 처녀작인 이 관념적인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게 힘들게 읽어나갔다.
예전에 르 클레지오처럼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가오싱 젠의 [영혼의 산]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물리적 여정과 영적인 여정이 뒤섞여있는 그 소설만큼이나 이 책의 독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인공 '아담 폴로'는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그리스신화의 태양의 신 '아폴로'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인물. 그는 프랑스의 한 휴양지 마을에서 남의 별장에 은거하여 연명과 사색 그리고 혼돈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혼돈은 어디까지나 내적인 것이고 그의 그런 내면은 외면으로 표출되는 순간 그는 가쉽거리를 다루는 신문의 한 켠을 차지할 만한 '광인'으로 인식된다.
이 소설은 그런 광기의 인물 '아담 폴로'의 그리 대단치 않은 외부적 사건과 끊임없이 요동치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내면을 탐구하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을 모두 읽어도 그에 대한 정보는 충분치 않은데, 그가 어느 정도 부유한 중산층 가족의 일원이며 몇 개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인텔리 출신이라는 것과 그가 미셸이라는 여성을 강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 그의 '강간' 주장은 역시 불분명하다. 미셸이 아담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런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사실 이런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1963년에 쓰여진 것에 주목하고 싶다. 이 시기는 영화계의 '누벨 바그' 운동을 비롯하여 프랑스 문예 사조에 새로운 접근 방식들이 활발히 이루어진 시기다. 이 책은 흔히 카뮈의 실존주의 소설 <이방인>에 비견되고는 하는데, 사실 68혁명의 주요 세대들이 사르트르의 난해한 철학 서적 <존재와 무>를 그들의 바이블로 삼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르 클레지오의 이런 시도 역시 그런 문화적인 경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나와있는 르 클레지오의 서술 기법인 '펜-카메라' 방식에 의해, 소설은 일상적인 대상들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여(Zoom-In, Zoom_Out) 사건이나 사물을 해체시켜 버리는데, 이 책은 르 클레지오의 처녀작이니 만큼, 그런 낯선 서술 방식이 거의 지배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서술 방식 역시 어떤 경우는 전지적이었다가 어떤 경우는 1인칭적인 내면을 담고 있어서 그 경계가 혼란스러울 정도인데, 불분명한 상황에 광기의 정신에 지배되고 있는 남자가 벌거벗겨진다고 할 정도이고, 소설은 누벨바그 영화들이 그렇듯이 관념적인 대사들과 형식적인 파괴를 통해 중산층의 삶 자체를 해체하고 부정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야기의 등장 인물, 심지어 주인공인 아담 폴로조차도 어떤 실체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마는데, 이 소설을 기존의 방식대로 내러티브를 좇아 읽어나가면 난감하게 되는 것도 서술자나 주인공 자체가 어떤 행위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그 보여지지 않는 실체를 찾아나서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공 아담 폴로는 언어가 함의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물이고, 그 엄정한 탐구는 결국 광기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사물의 본질을 엄정하게 탐구하는 것 자체의 불가지성을 역설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여튼, 그리 녹록치 못한 소설이고 르 클레지오라는 작가의 첫번째 책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꽤 험난하지만 흥미로운 소설적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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