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에 관한 두 편의 영화, <노 디렉션 홈>과 <아임 낫 데어> 영화 보고 주절 주절



사실 개인적으로는 밥 딜런에 큰 흥미를 못 느끼는 편이었다. 그의 독특한 음색이나 엄청난 음악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노래 'Blown' In the Wind'가 인상적으로 사용된 두 편의 영화 즉 <방문자>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때문에, 밥 딜런에 대한 강한 학습 의지가 생겼다고나 할까?

이번 주엔 사실 밥 딜런에 관한 영화들을 보게 된 것이 영화 감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기분 같으면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밥 딜런 평전>이라도 읽어 봐야할 듯 하고 그의 베스트 앨범이라도 사 들어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주에는 밥 딜런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두 편의 영화를 틈틈히 봤다. 하나는 마틴 스콜세지의 208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노 디렉션 홈, 2005>이었고 또 하나는 토드 헤인즈의 전기영화 <아임 낫 데어, 2007>다. 그리고 이 두 편의 영화는 모두 밥 딜런이라는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문제적 인간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스콜세지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이니 만큼 밥 딜런의 초창기 활동을 중심으로 정공법으로 그의 음악 세계와 사고를 살펴보고 있고, 토드 헤인즈는 6명의 캐릭터를 통해 밥 딜런이라는 인물의 분열적인 세계를 나누고 또 엮어서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전기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노 디렉션 홈>이나 <아임 낫 데어> 모두 밥 딜런의 8,90년대 행적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물론 거의 전적으로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오직 밥 딜런의 60년대를 재생해내고 예술가로서의 딜런을 밝혀내는데 할애하고 있는 <노 디렉션 홈>에 비해 <아임 낫 데어>는 밥 딜런의 생애를 좀 더 다루고 있지만 어차피 <아임 낫 데어> 역시 그다지 생애 자체를 극적으로 구성하는데는 별 관심이 없다. <아임 낫 데어>는 영화의 서두에서부터 '밥 딜런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고, 토드 헤인즈의 방식으로 밥 딜런의 삶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그의 분열적인 삶과 예술의 본질을 좀 더 찾아보려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노 디렉션 홈>이나 <아임 낫 데어> 모두 포크의 순수성을 상징하며 저항 음악의 기수로 추앙받던 밥 딜런이 전자 기타를 치며 연주해 팬들의 야유와 비난을 받았던 영국의 로얄 앨버트 공연과 뉴 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의 해프닝 그리고 민권운동상을 받은 후의 해프닝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했던 그의 '분열적 행보'를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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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디렉션 홈>의 경우에는 로얄 앨버트 공연에서의 연주와 관객들의 격한 반응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되고 <아임 낫 데어>에서도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밥 딜런의 여러 분신 중 하나인 쥬드가 공연 중 '유다'라는 야유를 듣는 장면이 주요한 모티프가 된다. 이 사건은 록 음악사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당시까지 밥 딜런은 60년대 민권 운동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고 이런 변신은 '록 음악-전자 음악'을 '타락'으로 여겼던 포크 음악 팬들에게는 거대한 충격과 같은 일이었다.

결국 <노 디렉션 홈>은 당시의 실존 인물들 밥 딜런 자신 그리고 조안 바에즈와 같은 동료들 또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밥 딜런의 행보들을 천천히 뒤쫓으면서,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당시의 분위기 그리고 필연적으로 배반자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생각의 궤적들을 뒤쫓는다. 밥 딜런은 결코 어떤 소속에도 몸 담지 않으려 했던 궁극의 자유인이었고,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여행하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노 디렉션 홈>에서 밝혀진다. 사실 우리가 밥 딜런에게 가졌던 정치적 해석들은 어디까지나, 정치 과잉의 시대에서 모든 것들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었던 일종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딜런 역시 시대를 살았던 하나의 예술가로서 본능적으로 그의 저항적인 생각들을 노래에 담아냈음은 물론이다.

<노 디렉션 홈>의 마틴 스콜세지는 대가답게 단순히 한 명의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담아내려고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명의 뮤지션으로 그 시대의 공기를 진지하게 또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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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의 <아임 낫 데어>에서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여러 명의 배우들에게 안배하고,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한 인물로 통합시켰다는 점이다. 영화의 제목인 '아임 낫 데어'는 밥 딜런이 캐나다 출신의 The Band와 협연했던 앨범 의 수록곡으로, DVD의 인터뷰에서 토드 헤인즈는 이 제목이 랭보의 '난 타자다'라는 유명한 시구를 상기시킨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 영화는 늘 '타자'로서 '아웃사이더'로서 살아온 밥 딜런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 속에서 죽지 않고 방랑자로 살아가는 '빌리 더 키드'이기도 하고, 블루스 연주를 하며 정처없이 여행하는 흑인 소년 '우디 거스리'가 되기도 한다. 또 영화에서 또 다른 나레이터이기도 한 '랭보'이기도 하다. 케이트 블란쳇과 히스 레저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하는 부분들은 좀 더 직접적으로 밥 딜런의 삶과 말들을 반영하고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 역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되고 서로 연결되어, 단순히 설명하기 힘든 이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구성한다.




토드 헤인즈 역시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시대적 감수성을 의식하고 60년대의 실험 영화 형식을 인용하고 일부 장면에서는 장 뤽 고다르의 <남자/여자>의 시퀀스들에 대한 오마쥬를 바치고 있기도 하다. (DVD의 음성 해설이 토드 헤인즈가 직접 한 말이다.)

이런 이 영화의 문법은, 확실히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데 효과적으로 보인다. 밥 딜런의 삶과 행적은 다분히 혼란스러운 구석이 많다. 영화는 단순히 사건 위주로 그의 삶을 구성하기 보다는 그의 정신 세계와 음악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까지 끌어들여서, 복잡하지만 한편으로는 발 딜런의 삶 자체를 일관되게 통과하는 공통점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가령 케이트 블란쳇과 히스 레저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은 서로 다른 배우들이지만, 그들의 좌충우돌하는 삶과 연약한 내면은 얽매이지 않으려는 그의 삶 전체를 통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 디렉션 홈: 밥 딜런 (TV)
감독 : 마틴 스코시즈
주연 : 밥 딜런


아임 낫 데어
감독 : 토드 헤인즈
주연 : 히스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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