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극단의 형벌, 스콧 터로, 교양인 Book



극단의 형벌
스콧 터로 저
교양인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세상을 경악하게 하는 극악스런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사형제'는 서서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임 두 대통령이 '사형수'들에게 '사형'을 실시하지 않도록 하면서, 우리 나라는 '사형제는 있지만 사형제를 실시하지 않는' 기이한 국가로 분류되어 왔고 그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불경스러운 '거리 시위'를 지속적으로 엄단하겠다고 나서는 현 정권 하에서, '사회 정화'라는 이름으로 '사형제'가 다시 실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늘 상존하고 있다.

'사형제'에 관한 문헌을 찾던 중에 '극단의 형벌'이라는 이 책을 찾아냈다.
사실 '사형제'라는 주제만을 가지고 있는 책들은 (내 짧은 지식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인데, 이 책의 저자인 스콧 터로는 <무죄 추정>이라는 초히트 법정 스릴러 소설(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도 있다. 에드워드 노튼의 충격적인 데뷔작이기도 하다. 원제는 Presumed Innocent)의 원작자이기도 하고, 실제 검사 출신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극단의 형벌>이라는 책 제목과 강렬한 표지 디자인은 왠지 이 책이 매우 강력하게 '사형제'를 반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스콧 터로는 실제로 '사형제'라는 제도에 인접해 있던 현실적인 법률가였고 그의 결론 역시 매우 신중한 편이다. <극단의 형벌>은 저자의 경험에 근거한 책이다. 터로는 온건파 공화당 출신의 주지사인 조지 라이언이 사형 집행 명령에 대한 사인을 거부하면서 소집한 '사형 위원회'에서 2년 동안 조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초 '사형 불가지론자'였던 터로는 조심스럽게 '사형 반대론자'로 돌아서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그는 '사형 위원회'라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간악한 범죄자들과 피해자의 가족들을 두루 만났고 그 속에서 많은 연민을 느낀다. 그의 서술은 때로는 '사형 반대'로 향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사형 찬성'으로 향하는 것 같기도 하다. 

터로가 조심스럽게 '사형 반대'를 내세우는 이유는  사실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이 제도가 지닌 한계점 때문에 이 제도의 실시에 조심스럽다. 가령 이런 것이다. 그는 책의 9장인 '사형은 범죄를 억제하는가'라는 장에서 이렇게 서술한다. 

 우리는 일리노이 대 미시건, 미주리 대 위스콘신을 비교해보았다. 사형제도가 있는 주와 없는 주의 비교였지만, 각 쌍은 인구의 도시 집중도, 인종 구성, 소득 수진이 비슷했다. 그 결과 사형제도가 있는 주에서 더 높았다. 사실 1976년 이후 미국 전체 사형 집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텍사스 주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p.122)

또 10장인 '도덕적인 사형은 없다'에서는 사형 집행의 '인종 차별적 요소' 또 '감정적 요소'를 밝혀내기도 한다. 

흑인을 죽이는 경우보다 백인을 죽이는 경우에 사형 선고가 더 자주 내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통계 수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완화될 수도 있다. 배심은 살인의 피해에 대하여 암묵적인 계산을 하는 경향이 있다. (p.148)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목차에 나오는 것처럼 '무죄가 입증된 사형수들', 법은 복수의 도구인가', '경찰과 검찰의 직권 남용' 등처럼, 터로가 일리노이 주 더 나아가 미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과 사례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우리의 현실의 문제와 연관시키려면,  머리말을 쓴 법학 교수 김두식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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