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 마사히로는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현대적인 찬바라 영화로 만들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의 상업 영화가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시절 만들어진 '찬바라 영화'들은 웨스턴 장르의 틀을 깨뜨리곤 했던 스파게티 영화들처럼, 제멋대로의 설정들 - 자토이치같은 장님 무사,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 등등 -을 활용해 과격하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이 넘쳐나는 B급 영화의 매력이 넘쳐났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 역시 그렇다. '로닌' 신분의 주인공은 '살육'을 저지른 죄의식으로 스스로 '로닌'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하지만,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의 고전 설정은 여기까지다.
그의 상대는 명나라 출신이고 금발의 백인이다. (영화에서는 '서융인'으로 표기된다. 지금으로 치면 스칸다나비아 반도 출신쯤 될거다.) 영화는 정통적인 사무라이인 주인공과 이 괴력의 서융인과 변칙적인 전술을 동원하는 명나라 무사들과의 대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나라 무사들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황제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피'를 지닌 소년을 뒤쫓고 주인공 무사는 그것에 저항한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이 '찬바라 영화'를 계승한다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에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스크린에 낭자한 피를 보여주거나 절단된 육체를 보여주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표현 방식은 그렇게 과다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건 '가짜 피'임에도 화면을 보기에 주저하게 만드는 실사 영화와 적색 배경으로 삼고있는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차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프스 레인>을 만든 본즈가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매끈하기는 하지만, 가와지리 요시아키가 만든 93년작 <무사 쥬베이>의 박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금은 더 현실적인 캐릭터들은 드라마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무사 쥬베이>가 지녔던 괴물같은 캐릭터들과 무시무시함의 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은 좀 더 보편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폭력은 처절하고 덧없는 것이다. 나름의 개성을 지닌 주조연급의 캐릭터들이 속절 없이 쓰러져버리는 이 애니메이션의 묘사 경향은 좀 더 '폭력 혐오'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폭력 묘사가 아동 관객을 고려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은 좀 더 활극적인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또, 서융인을 제외한 명나라 무사 집단 캐릭터의 개성은 잘 살아있지 못하다. 그것이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꽤 단순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이게 하는 한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은 박력이 2% 부족한 사무라이 활극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 다.
감상 매체 :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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