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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저, 아르테 Book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저, 김관오 역
아르테

일단 사적인 이야기..

이 책은 학생이 추천해준 책이다. 사실 프랑스 책은 작년에 르 클레지오의 소설 두 권 정도를 본 것이 다고 큰 관심은 없는 편인데, 추천해주면서 책까지 빌려준 덕에 끝까지 다 읽었다.
결론은 꽤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는 것.

책에 대하여....

이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한 명은 르네라는 50대의 주택 관리인이고 또 한 명은 12살의 조숙하고 냉소적인 소녀 팔로마다.
본질적으로 이 둘은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근접 거리에 살아가는 이 둘은 남들이 인식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지적인 동시에 '은둔자'로 살아간다는 점 역시 그렇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심지어 소설의 결말부에서 르네는 팔로마에 대해 '내 딸 팔로마'라고 선언해버린다.
생물학적으로 팔로마와 르네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 둘이 맺는 잠시의 연대는 강렬하고 '의사 모녀'의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만남을 소설의 후반부에 배치한다.
앞서 말했듯 둘은 '은둔자' 또는 '잠재적 사망자'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애초에 타인과의 접촉 자체가 별로 없다. '소극적 히키고모리'라고 불러야 될까?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배경과 문학적 인용 등 '프랑스'라는 느낌을 주는 설정들을 제외하면 일본의 사소설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소설의 등장 인물 중에 폐쇄된 두 여인의 마음을 여는 가쿠로 오즈라는 인물까지 있을 정도다.
만약 쉴새 없이 사건이 이어지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면 이 소설의 고즈넉한 자세와 우아한 사유의 흐름에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이러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데, 스스로 타인으로부터 유폐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결국 '소통'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소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죽음'이라는 모티프가 수미쌍관을 이루는 <안나 카레리나>가 인용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12살 소녀 팔로마는 자신이 속한 부르주아 가정에 대해 회의하고 '방화'와 '자살'의 반역을 내심 꽤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르네의 삶 전체는 죽음의 주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결코 '죽음'은 '고통'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이 소설에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팔로마-가쿠로-르네는 모두 죽음을 기획하거나 상실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불쑥 고개를 내미는 '죽음'은 주인공이 맡은 삶의 상징인 '동백꽃'의 기쁨을 빼앗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삶의 활력으로 치환되고 그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의 하나가 된다.

그런 면에서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 된다.
팔로마는 소설 내내 자신을 둘렀나 부르주아 커뮤니티의 허위와 분열증에 대해 조소한다.
하지만 팔로마는 소설이 진행되면서 자신을 스스로 유폐하여 살아갔음을 인식하고 다시 삶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힘을 얻게된다.

이 소설은 유려한 문체만큼이나 깔끔한 소설이다.
여인들의 삶은 유폐되어있을지라도 자신들만의 우아함으로 가득하다.
그네들의 아름다운 연대는 결국 스스로의 삶을 구원해냄은 물론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소설.

+ 이 책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와 네덜란드의 미술품과 후설과 오컴 그리고 라캉의 철학 그리고 톨스토이의 소설이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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