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칭찬하라
요아힘 바우어 저, 이미옥 역
궁리

<학교를 칭찬하라>의 본문 내용은 15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제목처럼 ‘학교’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언뜻 교육 분야의 성공 지침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요아힘 바우어는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의대교수이자 정신과 의사다. 그럼으로 그가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 역시 ‘신경 생물학’이라는 학문적 바탕에서 출발한다. 물론, 이 책은 그렇게 난해한 책은 아니고 나름의 의학적, 학문적 근거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신경 생물학의 개념은 ‘거울뉴런 mirror neurons' (거울현상, 공명현상)이라는 체계인데, 이것은 흔히 ’성과‘와 ’결과‘로 귀결되고 마는 최근의 교육 분야에 대한 압박에 대한 학문적 대안이 될 듯 하다.

애초에 이 책은 <규율을 찬양하라>라는 책의 반론서로 출간되었다. <규율을 찬양하라>는 독일의 사립학교 교장이자 교육학자이기도 한 베른하르트 부엡이 저술한 책이며, ‘교육의 현장에 귄위와 규율이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요지의 책이다. 하지만 <학교를 찬양하라>는 이런 부엡의 의견에 반대하며, 교육 환경 외의 조건에도 주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독일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학교 교육 환경의 조건들과 심리적 상태를 돌아보며,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부모, 사회와 학교 등 교육을 둘러싼 관계들이 호의적으로 흘러가야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독일의 교육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가끔 저자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상황조차 투덜거리고는 한다. 가령 ‘어떻게 교사들이 학급당 25명 이상, 심지어 30명이상이나 되는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건강하지도 않은데 말이다.'(p.19)라고 말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교육 환경의 문제점을 조목 조목 건드리는 부분들은 우리로서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들을 단순화시키기 좋아한다. 흔히 ‘시스템’이라고 불리우는 체제의 문제점을 건드리기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히 ‘누군가의 문제’라고 국한해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도 쉽고 문제 해결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이든 한국에서든 문제의 근원으로 제시되는 것인 ‘교사’의 문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요아힘 바우어는 이런 문제 인식의 출발점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오늘날의 교육이 실패한 이유는, 학생들이 어떤 시점에 어떤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지 교사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성공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가능한 수업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학교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p.18)

바우어는 학교를 둘러싼 여러 환경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교육 관료들의 일방적인 태도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행동은 상호간에, 대화를 통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p.20)고 말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문제의 해결점 역시 관계와 소통에서 비롯됨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신경생물학적 연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즉 우리의 동기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는 관심, 사회적인 인정 그리고 개인적인 평가라는 것이다.’(p.27)

신경생물학적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의 동기는 이런 감정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신호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결핍될 경우 결국 ‘대리 자극’인 술, 니코틴 그리고 마약과 관련된 중독이나 컴퓨터 게임 중독과 인터넷 중독으로 치환되고 만다는 것이다.

바우어는 이 지점에서 앨버트 반두라가 제시했던 ‘거울뉴런’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아동과 청소년기에 교사, 부모, 멘토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들은 ‘따라하기’를 하며 ‘자신들의 잠재력과 개발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게 된다’(p.34)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아이들이 가깝게 여기는 어른들이 곁에 있어주는 것임은 물론이다. 단, ‘본보기’를 보이는 부모나 교육자들의 경우에 완벽해야 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완벽함보다 더 중효한 것은 그들의 독특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거울세포라는 체계를 거쳐서 아이들에게 공명(Resonanz)을 일으키며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도 있고 정열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p.35)고 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공격성’에 대한 고찰이다. 바우어는 미국의 아이젠버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사람의 뇌는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사회적인 소외나 굴욕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소외나 굴욕, 즉 신체적․심리적 고통은 공격성으로 대답하게 된다’고 말하는데, ‘학교가 폭력적인 잠재성의 근원은 분명 아니지만 학교는 그런 잠재력들이 펼쳐지는 영역이므로, 학교는 더욱더 청소년들에게 소외되고 배척당한다는 감정을 강화시켜줘서는 안 된다’(p.39)고 역설하고 있다.

결국 바우어는 현재의 학교들이 결국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변화가 요구됨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는 학교 공간이 음악과 운동을 통해 동기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이 가능하려면,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더물어 교육상담소와 같은 시설 역시 학교와 좀더 강력하고 능률적인관계가 성립되어야하는 것이다.

이런 외적인 조건과 함께, 바우어는 교육 주체들 간의 관계에 대해 주목한다. 바우어가 인용한 미국계 아일랜드 작가이자 30년간 교사로 일한 프랭크 맥코트의 말은 교사의 직업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교사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가져야만 한다. 진정한 권위란 불가사의라 할 수 있다. 인격, 감수성, 지식, 기분이 혼합되어 있다. 언제 압력을 가해야 하고 언제 그러면 안 되는지에 대한 본능 역시 그에 속한다. 많은 교사들은 위협과 공포심을 수업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학생의 주의를 끌고 그들이 규율에 따르게 하려면 격려의 말과 영감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p.62)

바우어는 이렇듯 사회 통념의 보편적이며 성실한 교사상과는 다른 ‘교사상’을 이야기 한다. 그에게 훌륭한 교사는 ‘고윺한 성격이 있는 사람’이자 행동하는 교사이며 즉흥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바우어에게 있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오히려 서로 간의 ‘교사상’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교사들 내부에서 동료의식을 갖고 연대하며 서로를 지원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교사가 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교사들간의 체계적으로 정기모임을 갖고 ’개별 학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바우어의 이상적인 교사는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항상 거리를 유지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사가 병에 대한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위한 교사 양성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먼저 바우어가 꼽는 교사의 자질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하나의 전공 혹은 여러 개의 전공을 사랑해야 하고 잘해야 하며, 그 외 몇 가지 전제조건도 만족시켜야 한다. 즉, 삶에 대한 기쁨을 가지고 있고, 사람과 접촉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을 다루는 재능이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사랑이 있고, 가능하면 유머도 있어야 한다’(p.88) 정도로 설명된다. 동시에 바우어는 교사들이 단지 전공 뿐 아니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 교사로서 학생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 학급에서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과정들을 인지하고 건설적인 기여를 하며 문제가 생길 경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p.90)며 현실적인 교육 현장 중심의 교과 과정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되기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실습 기간을 더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학교는 대학이 되고, 대학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의학 분야에서는 모든 대학병원이 그 지역에 있는 의대생들이 배우는 병원의 역할을 하듯, 교사를 양성하는 모든 대학들은 많은 학교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p.102)

책의 후반부에서 바우어는 학교만큼이나 부모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하는데, 우리는 흔히 아이와의 관계가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바우어는 ‘아이는 혼자서 세상을 개척할 수 없으며, 특히 아직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p.110)고 단언한다. 그는 부모 역시 적절한 개입과 협력으로 문제를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단순히 학교를 비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이 책의 제목이 <학교를 칭찬하라>임에 주목하자.) 부모 역시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와 협력하며 ‘거울뉴론’이론에서 보듯 부모의 부정적 인식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학교를 칭찬하라>는 학생을 둘러싼 가정과 학교가 감정이입과 반사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거울체계’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는 단순히 학교에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것 대신 적절한 소통과 함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각 장에 쓰여있던 문구 중 인상적인 구절 두 개를 적으며 이 글을 마친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영원한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 필립 비글러, 1998년 ‘올해의 교사’
교육은 삶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바로 삶이다! - 존 듀이